나의영화편력

[파닥파닥]그러면 그 다음은요? 그 다음은 뭐죠?"

경차니 2012. 8. 7. 10:54

올 여름휴가를 마무리하며 본 영화다.

 

요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아이들에게 디즈니류의 꿈과 희망만을 주는 것들과는 다르다.

 

무겁다면 무거운 주제, 그냥 웃으면서 엔딩크레딧을 보고 극장을 나설 수만은 없는 찜찜함이랄까?

애니메이션이라는 부드럽고 즐겁고 아름다운 화면에 담긴 우리네 삶과 생활의 단면들을 잘 보여준다.

 

이번에 본 '파닥파닥'은 특히 뮤지컬적 요소도 가미해 더욱 독특해 보였다.

 

바다에서 잡혀온 고등어가 어느 횟집 수족관에 갇혀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수족관 유리벽을 온몸을 던져 탈출을 시도하지만 견고한 수족관 유리벽은 철옹성 그 자체다. 함께 갇혀있는 다른 물고기들은 오늘내일, 언제 횟감으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고등어에게 쓸데없는 일이라며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 고등어는 '파닥파닥'거리며 탈출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올드넙치라는 힘있는 권력과 힘없는 물고기들간의 관계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그리고 있으며, 주인공인 고등어 또한 바다에서 왔다는 우월함을 표시하고 올드넙치가 주는 먹이는 먹지 않겠다면서도 작은 관상용 수족관의 관상어는 잡아먹고 파괴하고 만다. 또한 관상용이라는 또 다른 우월함(식용과는 대비되는)으로 "식용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관상용 수족관에 들어와!"괴 외치는 작은 관상용 물고기의 모습도 슬프다.

 

억압하고 길들이려는 지배계급과 수족관과 올드넙치라는 갇혀진 세계에서 순응하며 안위를 지키는 물고기들. 바다로 돌아가는 자유를 꿈꾸고 행동하지만 결국 거대한 시스템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하지만 바다에서 왔다는 우월함과 앨리트 의식이 남아 있는 고등어.

 

횟감으로 죽기전 그저 살아만 있는 그들에게, 살려면 죽은척하라는 충고를 하는 그들에게 고등어는 말한다.

 

"그러면 그 다음은요? 그 다음은 뭐죠?"

 

 

수족관을 뛰쳐 나와 힘차게 파닥파닥거리며 바다로 향해 가는... 그 길은 끝내 좌절과 죽음의 길이 될 수도 있고 꿈꾸던 바다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희망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도전하고 좌절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뮤지컬 형식 또한 가사나 리듬이 우울하다.

색감과 표현력도 여느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색감과 사실적 표현도 마음에 든다.

 

'파닥파닥'이라는 언뜻 듣기엔 희망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단어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파닥파닥'은 살기위해 파닥파닥거리고 힘겨운 탈출을 위해 파닥파닥거리는 희망과 생동감과는 거리가 있는 파닥파닥이다.

 

물고기의 입장에서 보여지는 횟집의 모습과 인간의 잔인함 등을 보면 수족관에 살아남은 물고기들의 공포를 잘 그렸다.

그리고 순간 앞으로 회는 못 먹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이 시간 30도를 훌쩍넘은 바깥온도에 물회가 생각이 나는 결국 잔인한 인간이구나....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