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영화편력

'음모'와 '불신'의 일상화된 세상 - 모비딕

경차니 2011. 6. 14. 18:38

대한민국 최초의 음모론' "모비딕".

이 영화의 슬로건이다.


모비딕 : 미국의 작가 멜빌이 지은 해양 소설. 흰 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발을 잃은 후 복수의 화신이 되어 버린 노선장 에이하브의, 광기와도 같은 추격을 뼈대로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1851년에 발표하였다. (국어사전)


영화가 시작되면 첫장면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그게 흰고래인줄 알고 싸우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 허먼멜빌 '모비딕'


그리고 주인공 이방우(황정민 역)의 꿈속에 거대한 고래를 만지는 장면이 그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에 나온다.


우리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듯이.. 정확히 그 실체를 알고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다보니그 실체를 알아가게 되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94년 -

북한의 핵개발과 의문사와 납치...가 일상화되어 있는 (지금은? 내가 보기엔 별반 다르지 않다..)


'음모론'이 더 이상 '음모'가 아닌, 음모스럽지 않은 지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발암교 폭발테러의 배후가 북한의 간첩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와 그것을 파해치는 기자들과 ‘정부위의 정부’와의 싸움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사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사실로 만드는 일을 하는 이 ‘정부위의 정부’가 ‘음모’의 실체다.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북풍 이야기 - 새삼스럽지도 않고 ‘음모’스럽지도 않다.
이미 우리는 이런 케이스를 많이 봐왔고, 또 그렇게 언론을 통해 호들갑을 떨며 국민을 호도하고 투철한(?) ‘반공’의식을 다시 심어주고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영화의 큰 줄기는 사실 독특하거나 새롭다는 맛이 떨어진다.

또한 스릴러적 요소보다는 드라마적 요소가 많아 민간인 사찰로 여러 인생들이 불행지는, 노동자와 학생과 ‘민중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잡혀가 아무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고 테러를 일으킨 간첩으로 둔갑되는 세상... 단지 10여년 전 1994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결말부분도 충분히 열어놓아 그 ‘정부위의 정부’가 계속 ‘음모’를 벌이고 있음을,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뭐랄까... 심심하다고나 할까?
‘음모’라는 상상력보다는 ‘현실’이라는 디테일에 더 초점을 맞춘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음모’는 진행중이다.
천안함 사건이라던 농협해킹 등... 미제사건은 뭐든지 ‘북의 소행’이라는 정부와 이명박의 '음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