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지금은 물처럼 싸워야 할 때_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경차니 2012. 3. 18. 12:25

 마르코스 저/박정훈 역 | 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 2008년 05월 


멕시코 -

미국과 FTA를 체결하 나라.

미국서부영화에서 '찌질이'로, 한편 한탕하고 넘어가고픈 '새로운 세상'

그리고, 코로나 맥주...


1984년 게릴라 집단으로 탄생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1910년 멕시코 혁명이 그저 도서관과 박물관, 정부청사 벽그림으로만 존재했던 것을 마침내 2000년, 72년 동안 만년 여당을 물러나게 하고 실질적 집권세력 교체를 이루게 된다.


이 책은 이런 혁명군의 부사령관과 어느 할아버지간의 멕시코의 우화와 전설, 신화에 관한 대화를 모아 놓은 책이다.


"사자는 강하다네. 그것은 다른 짐승들이 약하기 때문이지. 그것은 다른 짐승들이 자기를 먹게 내버려두기 때문이네. 사자는 예리한 발톱이나 날카로운 송곳니로 상대를 죽이는 게 아니라네. 사자는 상대의 눈을 보면서 죽인다네. 상대를 제압한 후 먹잇감을 매서운 눈빝으로 쏘아본다네. 곧 죽게 될 이 불쌍한 짐승은 어쩔 수 없이 사자를 보게 되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자를 보는 것이네. 이 짐승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네. 사자의 시야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니까. 이 짐승은 자기가 작은지 약한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네. 크지도 작지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한 마리 짐승을 뿐이지. 사자가 보는대로 자기를 보는 거라네. 그래서 공포를 느끼게 된 거야."

 

그렇다. 상대의 눈과 프레임 속에 갇혀 먼저 주눅들고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저 그 공포와 겁에서 벗어나려고만 하지 어떻게 싸울 것인지는 생각조차 못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죽일 수 없는 짐승이 있지. 사자가 발로 차면 그 짐승은 작은 발로 할퀴면서 덤빈다네. 그 짐승은 사자가 자기를 보는 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네. 그 짐승은 눈이 멀었지. 두더지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어두워져야 한다네. 사실 빛나는 이들은 빛을 끈 이들로 인해 밝게 빛나는 것이라네.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빛날 수 없다네."


더 밝은 빛을 위해 그만그만한 빛을 가지고 서로 밝다고 다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빛을 양보하고 내 줄 수 있는 마음과 자세, 그리고 실천. 그것이 야권연대를 이루고 더 큰 빛이 되어 우리들에게 비춰질 것이다.


"메마른 땅을 돕는데 '비'가 되지 않는 싸움은 아무 소용이 없다네.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하려고 저 산꼭대기에서는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거린다네. 그 구름은 거칠게 싸우고 아내 지쳐 피곤해진다네. 그러나 한방울 비가 되어 땅의 상처에 입 맞추어 위로를 하려면 싸움이 끝나지 않는 한 절대로 비는 내리지 않는다네."


필요한 싸움. 그 '필요한' 싸움을 위한 도 다른 내면의 싸움..


"투쟁이란? 투쟁이란 둥근 원과 같다. 아무데서나 시작할 수 있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다."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면서 자네는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지. 그렇게 자네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길을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네. 뒤를 돌아보면서 자네는 또한 '아, 내가 원하는 것은 돌아가는 것이군.'하고 깨닫게 된다네. 바로 귀로를 발견해야 하는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네. 문제는 자네가 있지도 않은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네. 그것은 만들었어야 했네."


"방금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별이 아니라네. 내 손가락이 저 위에 있는 저 별에 닿으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네. 손가락과 별 사이의 거를 계산할 수 있겠느냐고 자네에게 물으려고 했다네. 자네에게 손가락을 보라고 한 것도 아니고, 별을 보라고 했던 것도 아니네. 문제는 그가 계속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걸을 때 수없이 넘어지고 자바질 것이라는 사실이네. 그렇다고 손가락만 볼 경우 자신이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을 거야. 자신의 길이 어딘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혹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계속 손가락을 들여다보거나, 아니면 손가락 뒤에서 늘 걷게 되겠지. 우리가 아주 가까운 곳만 본다면 우리는 거기에 멈추게 될 거야. 그렇다고 먼 곳만을 본다면 우리는 수없이 넘어지고, 게다가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르지."


멀리보는 것과 가까이 보는 것- 언제나 어렵다.


다시 사자 이야기.


'사람은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기 때문에 사자의 힘을 보지 않고, 자기 마음이 지닌 힘을 본다네. 그래서 사지를 똑바로 쳐다보지. 사자도 사람을 보지만, 사람자는 사람이 보는 대로 자기를 본다네. 사람들의 사야 속에 있는 자기를 보게 된다네. 그리하여 사자는 자신이 한 마리 사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사자는 사람들이 보는 대로 자기를 생각하고는 공포에 사로잡혀 이내 도망치게 된다네."


좋은 문구가 많다. 생각해 볼 것도 많고.... 그들의 신화세계도 살짝 엿볼 수 있고 멕시코 민중들의 생각의 원천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