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영화편력

남과 북, 형제일까? 의형제일까? 아니면...

경차니 2010. 9. 19. 19:37

비오는 일요일...

 

어디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DVD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대여한 '의형제'. (하필 이번 추석연휴에 TV에서 한다는...  T.>T)

 

왠지 조폭영화스러운 제목의 '의형제'.

 

 

하지만 남의 국정원 요원과 북의 간첩의 이야기다.

북의 간첩이 강동원으로 나오는 자칫하면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에 충분히 걸릴 수 있는....^^

 

간첩을 잡기 위해 '빨갱이'들을 잡기 위해 상부에 보고나 지원도 없이 단독행동을 했다가 간첩도 놓치고 많은 요원들이 죽는 피해를 입게 되고 때마침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국정원의 대공분야 인력조정에 명퇴를 당하는 송강호와 뿔달리고 늑대의 탈을 써야할 것 같은 간첩이 인간미 넘치고 마음 약한 간첩으로 나오는 강동원이 6년의 세월이 흐른뒤 흥신소 사장과 공사판 막노동꾼으로 만나 서로를 알아보면서도 서로는 모를것이라는 믿음 아닌 믿음으로 서로를 정탐하고 의심하는 과정에서 형제같은 관계로 발전해 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는 역시 송강호다.

연기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내가 저 스크린으로 들어가도, 반대로 송강호가 스크린 밖으로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생활형 리얼 연기의 최고봉이었다.

 

특히 국정원의 차장에게 쏟아내는 혼잣말을 비롯해 가끔씩 등장하는 혼잣말이 압권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북의 간첩 '그림자'가 남한에 전향(배신)한 간첩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배신자로 몰려 '생계형 간첩'으로 살아가는 간첩 강동원.

 

국정원도 나오고 간첩도 나오는 다소 무거울수도 있고 첩보물의 냄새도 나지만 그리 강력한 첩보물도 아닌, 액션신이 강하지도 않은 그저 한국형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였다.

 

재미있는 설정이고 요즘같이 남북관계가 악화되어 있는 때에 다시 한번 통일을 생각할 수 있었다.

 

송강호가 불쑥 강동원에게 '형이라고 한번 불러봐'하는 장면이 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알면서 둘은 남자들만의 애틋함으로  다가선다. 그런 과정에서 송강호가 위와 같은 대사를 한다. 강동원은 피식하며 무시한다. 진심을 느끼지 못했을수도 있고 그런 말이 어색했을 수도 있다.

 

남과 북이 그런 사이가 아닐까? 서로 자기들이 그리는 세상으로만 통일을 바라고 서로의 진심은 관심이 없거나 모른채 하며 선뜻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라치면 야몰차게 손을 쳐 버리는...

 

서로 '형제'였으나 이젠 '의형제' 조차 힘든 사이... 그런 사이 말이다.

 

송강호와 강동원처럼 서로 의심많고 미행하고 정탐하지만 결국 서로의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려 한다면  남과북,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과북의 통일도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