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영화편력

십시일반의 위력.. 작은연못

경차니 2010. 4. 1. 18:20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속에 붕어 두마리 서로 싸워

한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살이 썩어드러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속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요

 

김민기의 '작은연못'가사다.

 

 

2000년 풀리처상을 타며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야민학살사건 '노근리 사건' -

 

이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가 바로 '작은연못'이다.

 

최근 본 '저 달이 차기 전에', '경계도시2' 그리고 '작은연못' -

재밌는 영화도 아니고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보고 나오면 기분이 참.... 가슴이 먹먹해자고 괜스레 담배 한개비가 생각나고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영화들이었다.

 

이런 재미없는 영화를 어느 배급사가 투자하겠는가?

 

그래서 142명의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229명의 스탭들이 현물투자로 만들어졌다.

제작비 50억 예산이 10억원으로 영화제작이 가능

 

지난달 29일, 영등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시사회에 다녀왔다.

 

영화는 런닝타임이 그리 길지도 않은 86분.

특별한 스토리랄 것도 없다.

 

그저 그 당시 사건을 기록하고 재현한다.

평화롭던 충북 영동군 노근리 - 대문바위가 마을 지켜준다 믿으며 마을 어르신들이 바둑을 두고 훈수를 두고 그 옆을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진지 잡수셨습니까?'하는 인사말 등 어느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던 곳에 자신들을 보호해 주리라 굳게 믿었던 미군이 들이닥치고 곧 마을이 전쟁터가 되니 마을을 떠나라 한다. 마을을 떠나 피난길에 오르지만 미군들은 전투기까지 동원해 그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다. 그리고 가을, 그 난리통에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은 다시 그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고 젊은이는 학도병이 되어 마을 사람들을 죽인 그 '전쟁'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이들의 노래합창을 앤딩으로, 그래도 희망을 아이들이고 희망이 있다는 매세지를 던지며 앤딩크래딧이 올라간다.

 

전투기 포격신과 쌍굴다리 밑에서 무참히 쓰러져 가는 마을주민들의 모습을 정말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그렸다.

일본어로 피난가라고

 

2002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한국전쟁 60년이 되는 2010년 올해 개봉을 한다.(4월15일 전국동시개봉)

 

전쟁이라는 공간속에서 벌어졌던, 감추어졌던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제주43항쟁이 떠오른다. 한국전행 전 미군정과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몇 만명의 제주도민이 학살 당했다. 이것 역시 노무현 대통령 때서야 국가기념일로 정해지고 진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거창 양민학살사건 등 우리가 알고있고 모르고 있는 학살사건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사건들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시키지는 않는다. 비극의 주인공인 미국의 본질을 밝히는 것보다 그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서는 않된다는 매세지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영화로서 어떤 사건을 알려주고 교훈점을 주는 아주 적절한 방식이었다.

 

전쟁이 어떤 것인지, 사상과는 상관없이 우리네 이웃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사회를 관람했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필름구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만원을 후원하면 본영화 상영시 엔딩 크래딧에 이름이 붙는다고 한다. 나도 거첨없이 필름구매에 동참했다.

 

4월 본 영화가 개봉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유명 배우들도 많이 나오니깐~ (송강호도 거의 까매오 수준~^^)

 

 

 

 

 

 

마지막 앤딩에서 아이들이 합창대회를 위해 준비하며 함께 부르는 김민기의 천리길~ (음원은 못 구해서 유투브 동영상으로~)

 

 

 

천리길

 

동산에 아침 햇살 구름 뚫고 솟아와
새하얀 접시꽃잎 위에 눈부시게 빛나고
발 아래는 구름바다 천리를 뻗었나
산 아래 마을들아 밤새 잘들 잤느냐

나뭇잎이 스쳐가네 물방울이 날으네
발목에 엉킨 칡넝쿨 우리 갈길 막아도
노루 사슴 뛰어간다 머리위엔 종달새
수풀 저편 논두렁엔 아기 염소가 노닌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쏟아지는 불햇살 몰아치는 흙먼지
이마에 맺힌 땀방울 눈가에 쓰려도
우물가에 새색시 물동이 이고 오네
호랑나비 나르고 아이들은 촐랑거린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빗방울도 떨어진다
등 뒤로 흘러내린 물이 속옷까지 적셔도
소나기를 피하랴 천둥인들 무서우랴
겁쟁이 강아지는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동산에 무지개 떴다 고운 노을 물들고
하늘가 저 멀리엔 초저녁 별 빛나네
집집마다 흰 연기 자욱하게 덮히니
밥 냄새 구수하고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소리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출렁이는 밤 하늘 구름엔 달 가고
귓가에 시냇물 소리 소골소골 얘기하네
졸지말고 깨어라 쉬지말고 흘러라
새아침이 올 때까지 어두운 이 밤을 지켜라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