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프로만이 살아남는 세상 - 삼미슈터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경차니 2009. 4. 16. 18:41

정말 한순간도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책제목에 끌려 잠시 들었던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자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계속 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만화책을 보는듯 중간중간 키득키득 웃어가며 때론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살아가는 진리를 일깨워 주었다.

 

삼미슈터스타즈 -

야구에 관심이 있는 30대라면(아니 관심이 없어도 1980년 초중반에 초등학교를 다녔다면) 다 아는 프로야구팀.

 

당시 나는 초등학교 2학년, 프로야구가 개막되고 붐이 일자 나를 비롯해 내 친구들 대부분이 저마다의 좋아하는 팀의 어린이야구단에 들었다. 당시 나는 부산에 살았는데 MBC청룡 어린이 야구단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무수한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삼미슈터스타즈 -

 

- 시즌 최저승률 0.188 82년 15승 65패

- 시즌 특정 팀 상대 연승 16전 전승 OB:삼미 82년

- 원정경기 연패 21패

- 시즌 최소 득점 302점 82년

- 1게임 완투 최소 투구수 84구 82년 삼성:삼미

- 시즌 최소 타점 272점 82년

- 시즌 최소 수비율 0.964 82년

- 최단시간 9회 경기 1시간57분 82년 삼성:삼미

- 시즌 최저타율 0.237 84년

- 시즌 최다 병살타 16개 84년

 

82년 성적

전기 10승 30패 승률 0.250 6위(6/6)

후기 5승 35패 승률 0.125 6위(6/6)

 

84년 성적

전기 18승 30패 2무 승률 0.375 6위(6/6)

후기 20승 29패 1무 승률 0.408 6위(6/6)

 

85년 성적

전기 15승 40패 승률 0.273 6위(6/6)

 

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세상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세계로 바뀌었다는 얘기, 그 속에 삼미슈터스타즈는 '평범한 야구'를 했다는 것이다.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팀으로 기억속에 남아 있는 건 기록과 순위의 문제 때문'이라며 '평범한 야구라면 최하위를 기록할 이유가 없다'고 '평범한 야구란 6개의 팀(당시는 6개팀,MBC,삼성,OB,해태,롯데,삼미)중 3위나 4위를 달리는 팀의 야구를 일컫는 말'일거라며 '왜?"라고 묻는다.

 

그 대답이 걸작이다.

'평범한 야구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라는 것이다. '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는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도 치욕을 겪고, 꽤 노력을 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무진장,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거고, 지랄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좀 하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의 노력(1982년 당시 1위팀은 OB였고 OB의 에이스투수였던 박철순은 그 해 허리부상에 시달려야 했다)을 해야 '잘하는데'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

 

머리에 땡~하고 종을 쳤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을 가지고 글을 쓰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시초-

이후로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를 거쳐 거의 모든 종목에 '프로'가 생겼다.

그리고 우리 삶과 생활도 프로가 되어 갔다.

 

최근 취미생활 등에 아마추어 모임이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엔 거의 프로에 가까운 아마추어 모임이다.

 

그럼 과연 나의 삶은 프로인가? 아마추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