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이탈리아의 마지막은 피렌체에서 보내다 - 이탈리아 교육여정기 9

경차니 2009. 3. 25. 08:01

3월 20일 밤 11시40분.

토리노 중앙역(PORTA NUOVA)에서 피렌체(FIRENZE,영어표기 플로랑스,FLORENCE)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탈리아에서 마지막 여행 -

 

지난주에 밀라노와 베니스를 다녀왔고, 이번주말엔 피렌체를 선택했다.

로마도 생각했었는데 피렌체보다 더 멀고 돌아올일이 문제였다. 하지만 가장 큰 선택 기준은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둘러보자는 것이었다. 지난주에 다녀온 밀라노와 베니스는 정말 거침없이 휙휙~ 둘어보고 와서 갔다왔다는 증명은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곳에 대해 더 많이 느끼고 만끽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피렌체는 나름 재밌고 감동있게 봤던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의 무대이기도 하고 해서 영화를 보던 당시 '저기 한번 가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 더욱 땡기기도 했다.

 

기차는 밤기차라 일반 객실이 아니라 양쪽으로 3개 좌석씩, 총 6개의 좌석이 있는 방으로 된 객실이었다.

밤공기가 꽤 쌀쌀했다.

기차는 피사의 사팝으로 유명한 피사(Pisa)에 내려서 1시간정도 기다린 후 다른 기차를 갈아타고 피렌체(Santa Maria Novella)에 21일 오전 6시 40분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 야간열차의 객실. 문이 달리 방처럼 되어있다. @kona

 

 △ 중간에 갈아타기 위해 도착한 피사역. 피사의 사탑은 저 지도 맨끝. 시간이 없었다. @kona

 

좌석이 불편했지만 프린트한 피렌체 정보를 보면서 나름 일정을 짰다.

 

그렇게 피사를 거쳐 도착한 피렌체 -

하늘은 구름이 끼어있었고 바람도 제법 불어 꽤 추웠다. 분명 토리노보다 아래이고 토리노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니 피렌체가 당연히 더 따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정 반대였다. 심지어 오후에 들어서자 눈발도 날리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댔다.

 

너무 이른 아침이고 토요일이라 거리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우선 지도를 보며 둘러볼 곳들을 체크하기 위해 무작정 걸었다. 피렌체를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다. 아니, 주요 관광지가 모여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지도에서는 몇블럭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정말 짧은 거리였다.

 

피렌체는 크게 두오모성당과 우피치 미술관을 두 축으로 해서 베키오 다리를 통해 아르노 강을 건너 미켈란젤로광장을 거쳐 다시 산타마리아 역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기본이다.

 

하지만 우피치 미술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비롯해 수많은 명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피렌체를 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다. (나도 이번에 알았다. 그렇게 유명한 그림들이 이곳에 있는지..^^) 그래서 보통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2~3시간씩 줄을 서야한다고 프린트해간 관광안내서에 적혀 있었다.

 

2~3시간이면 엄청난 시간이다. 특히 나는 다시 당일 저녁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가 있기로 하고 우피치 미술관부터 보기로 했다.

 

 △ 이른아침, 베키오다리를 배경으로 한장~ @kona

 

 △ 베키오다리에서 바라본 아침햇살을 머금은 아르노강과 우피치미술관 건물. @kona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우피치 미술관은 적막했다.

이곳 역시 어느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공사중.

토리노의 궁전과 성당 등도 공사중이었는데 피렌체도 마찬가지다. 우피치 미술관 뿐 아니라 다른 곳도 공사중인 곳이 많았다.

 8시15분부터 표를 판매하고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미술관 앞으로 흐르는 아르노 강(ARNO R.)으로 향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물살과 그 이로 조정을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베키오 다리(Vecchio)가 보였다.

 

이 다리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처음엔 나무로 지었다가 1345년에 지금과 같은 돌다리로 다시 지었다. 석조다리로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옛날엔 윗층은 귀족과 부자가, 아래층은 서민이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다리 위로 들어찬 귀금속과 보석상가로 유명하다.

 

 △ 우피치 미술관 앞에서. 줄서러가기 전. @kona

 

 △ 우피치 미술관에서 몰래 찍은 바깥풍경. 베키오다리가 보인다. @kona

 

그렇게 다리도 구경하고 다시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7시 45분쯤..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나도 재빨리 줄을 섰다. 드디어 8시 15분, 티켓(6.5유로)을 사고 입장했다.

 

눈이 완전 호강했다.

'아~ 저 그림?!'하며 혼자 탄성지으며 감탄하며, 저런 그림을 실제로 보다니..하면서 스스로 뿌듯해하며 관람했다.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사진을 찍지 못했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영혼이 충만해지는 느낌~^^

 

내가 본 우피치 미술관의 명화

 

1.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1484>

비너스가 조개껍데기를 타고 바다에서 솟아나 장미꽃을 받으며 바람의 신들에 의해 밀려오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 비너스가 땅에 다다랐을 때를 위해 계절의 여신이 외투를 들고 맞이하고 있다. 조개는 비너스가 바다에서 탄생한 것을 의미하며, 서쪽에 바람의 신 제피로스와 미풍 아우라가 바람을 일으켜 조개 껍데기를 탄 비너스를 뭍으로 밀어주고 있다.

 

실제로 보니 과연 정말 '비너스'였다. 정신을 놓고 한참을 입을 헤~ 벌리고 바라봤다.

 

 

 

2.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태고지,1475~1480>

다빈치가 베로키오 문하생 시절 처음으로 혼자 그려서 완성한 작품. 저연(왼쪽)과 신성(오른쪽), 선정(왼쪽)과 인성(오른쪽)이 공간의 원근법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조화롭다. 

 

 

3. 미켈란젤로 <성가족, 1506~1508> 

미켈란젤로 22세에 그린 그림으로, 미켈란젤로의 패널화로는 현존하는 유일한 작품. 성모마리아와 요셉 사이에서 테어난 아기 예수의 성스러운 가족을 그렸으며, 배경의 나체인물은 형률, 즉 신이 모세에게 십계를 주기위해 이전의 인간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마리아와 요셉은 어린 요한을 중개로 하여 형률 이후의 인간성을 상징한다고 활 수 있다.

 

 

4. 라파엘로 <방울새의 성모마리아, 1505~1506>

라파엘로의 작품 중 가장 조화롭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그림. 황금빛 자연을 배경으로 한 마돈나의 우아한 자세는 윤곽선을 흐르게 처리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통해 따뜻하고 부드럽게 표현될 수 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이다.  

 

 

 

5. 티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1538>

 르네상스 회화 중 실제의 인간을 모델로 한 최초의 누드 작품. 예술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화로 평가받고 있다. 훗날 마네가 재현하기도 했다.

 

 

6. 파르미자니노 <목이 긴 성모, 1534~1539>

매너리즘을 대표하는 파르미자니노의 대표적인 작품. 매너리즘의 화가들은 인체를 가괴하게 과장함으로써 종교적인 신비감을 나내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매너리즘적 특징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사람이 진짜 많았다.

피렌체 전체를 통틀어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걸어다니는 사람 반이 일본사람일 것이다.

각종 단체관광객부터 두오모성당을 보러온 젊은이들까지... 정말 많았다. 오죽하면 관광안내서부터, 책, 표지판까지 일본어로 따로 표기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그렇게 2시간30분정도를 관람하고 나와 베키오궁전과 시뇨리아 광장을 둘러보았다.

사진 몇장찍고 다시 이동.

피렌체에서 가장 큰 궁전인 피티 궁전(Palazzo Pitti)으로 향했다. 이 때부터 눈이 오기 시작했다.

궁전 내부엔 미술관이 있는데 들어가지는 않고 앞에서 사진한장~^^

 

 △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넵튠스 분수. 분수에 있는 상은 넵투니스로 물을 다스리는 신이란다. @kona

 

그리고 베키오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 광장(Plazzale Michelangelo)으로 향했다. 프린트한 안내서엔 베키오다리에서 30분정도 걸어야 한다고 했는데, 내 걸음이 빠른건지 20분정도만에 도착했다. 피렌첸 어디는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주요 관광지를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곳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피렌체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토리노처럼 다 똑같은 높이의 빨간색 지붕의 건물들과 성당의 둥근 돔들과 높은 종탑들이 보였다.

이 광장엔 미켈란젤로 만든 유명한 다비드상의 복제상이 서 있다. 원본은 이따가 들러볼 아카데미미술관에 있다.

 

                 △ 미켈란젤로 광장에 서 있는 다비드 모조상 앞에서. @kona

 

 △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멀리 두오모성당의 돔이 보인다. @kona

 

한참을 사진찍고 피렌체 시내를 보며 잠시 여유를 부렸다.

두오모성당으로 향했다.

 

두오모(Duomo)-

지난 블로그에도 썼듯이 두오모는 대성당이란 말로 밀라노도 두오모성당, 이곳 피렌체도 두오모성당, 토리노에도 두오모성당... 이렇게 도시마다 가장 큰 성당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인과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와 아오이가 10년 전에 했던 약속의 장소로, 그 약속을 서로 지키며 감동을 주었던 곳으로 많이 기억되어 있는 곳이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꽃의 산타마리아 대성당(Santa Maria del fiore)'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만큼 아름답다. 106m높이의 대원개(돔)에는 미켈란젤로의 불후의 명작인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다.

그냥 갈 수 있나~

긴 줄을 서서 거금 8유로를 내고 대원개(돔)으로 향했다. 106m, 414개의 계단으로 올라야한다. 계단 처음부터 끝까지 세계의 모든 언어를 본 것 같다. 벽에는 빼곡히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한글도 많았다. 매년 이 낙서를 지우기 위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믿거나말거나~^^

 

그렇게 좁은 계단을 통해 도착한 곳은 바로 앞으로 '최후의 심판'그림이 펼쳐졌다.

이런 그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될줄이야...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내가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명작은 명작이었다.

 

△ 두오모성당 앞에서 @kona

 

 △ 두오모성당 돔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kona

 

그렇게 그림을 뒤로하고 준세이와 아오이가 만났던 약속의 장소, 성당 옥상에 올랐다. 시원하게 펼쳐진 피렌체 시내와 조금은 차갑지만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이곳에서 엽서를 몇장 쓰려 했으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포기 -.-

괜시리 영화생각을 하니 쓸데없이 옛날 풋사랑도 생각나고, 뭐... 괜히 이런저런 기분이 들었다.

 

 △ 두오모성당 돔 옥상에서 @kona

 

빨리 내려가자! ^^

 

이제 시간도 많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다비드 상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 Accademia)로 향했다.

 

역시나 긴 줄이.. 6.5유로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입장한 후 잠시 후 복도 저 끝에 보이는 큰 동상..바로 다비드 상이다.

 

해마다 이 진짜 다비드 상을 보기 위해 130만명의 사람이 다녀간단다.

1501년 8월 미켈란젤로는 피렌체 대성당(두오모)의 지도자들로부터 다비드 상의 조각을 의뢰받는다. 다시 26세의 미켈란젤로는 3년만에 5.49m의 다비드 상을 완성한다. 다비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골리앗과 다윗'의 다윗으로 적군의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린 소년영웅으로 구약성서에 등장한다. 이전에 제작된 다비드 상은 보통 골리앗의 머리를 발밑에 두고 손에 칼을 쥔 승리한 젊은이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완성된 다비드상은 막 돌을 던지려고 하는 나체의 청년상이다. 몸 전체의 근육이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고, 노기 띤 얼굴은 왼쪽을 향하고 있다. 몸 오른편은 손과 발이 모두 수직으로 지면에 고정되어 있지만, 왼손은 돌팔매를 잡기 위해 올려져 있고 왼발도 약간 움직여 다음 행동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 진품 다비드 상. 역시 사진촬영 불가로 퍼왔다. @kona

 

눈을 땔수가 없었다.

수없이 들어오고 tv나 사진으로 봐 왔던 다비드 상을 내가 지금 실제로 보고 있다.

tv나 사진으론 보기 어려웠던 다비드의 뒤태도 보았다. ^^ 빼어났다.

몸의 다른 부분보다 유난히 큰 손과 금방이라도 살아움직일 것 같은 눈동자와 손의 잔근육과 핏줄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것 -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근 40여분을 다비드 상을 바라봤다. 행복했다.

 

그렇게 다비드 상을 끝으로 피렌체 여행을 마무리했다.

 

물론 그외에도 내부의 미술관이나 박물관까지 보진 않았지만 산타마리아역 앞에 있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교회와 두오모성당 옆에 있는 산 조반니 세례당(금으로 만든 커다란 문이 있는데 복원하는데 일본정부가 지원을 했다는...)등 주요하게 볼 것은 다 봤다.

 

                 △ 단테의 동상이 서 있었던 산타크로체 교회 앞에서 @kona

 

                  △ 단테의 동상이 서 있었던 산타크로체 교회 @kona

 

순간 오늘 한끼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기차시간이 1시간30분정도  남아 제대로된 식사를 해야겠다 싶어 근사한 식당으로 들어가 파스타와 모찌릴라 치즈와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과 함께 든든하게 식사도 했다. ^^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음식은...

당연 아이스크림~

아~ 이 아이스크림 맛.. 잊지 못할 것이다.

 

 △ 피렌체의 아스크림. 맛있다. @kona

 

그렇게 석양이 내려앉은 피렌체 산타마리아역을 뒤로하고 다시 토리노로 향했다.

 

 △ 이제 돌아갈 시간. 해질녘의 피렌체 산타마리아역과 산타마리아 노벨라 교회 @kona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이 활동했던 피렌체.

 

내가 죽기 전에 다시 올 수 있을진 모르지만 오늘 본 수많은 명화와 두오모 광장과 다비드 상을 실제로 본 감동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