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베니스를 가다 - 이탈리아 교육여정기-6

경차니 2009. 3. 18. 04:35

 

 

 

 

3월 15일 일요일 아침.

이탈리아에 와서 흐린하늘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새소리가 들린다. ILO교육센터야 외진곳에 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민박집(여기도 밀라노 중앙역에서 지하철역으로 6~7정거장 떨어져 있다)에서도 새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았다.

 

숙소에서 따뜻한 밥과 국을....... 기대했지만(사실 어제 이 꿈은 깨졌지만) 삶은계란과 빵과 음료수를 싸 들고 숙소를 나섰다. 그래도 같은 방에서 함께 잤던 사라믈과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맑고 상쾌한 일요일 아침 - 이곳도 봄기운이 완연히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개나리를 8900km가 떨어진 곳에서 본다. 신기하다.^^

 

△ 일요일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에 피어있는 개나리. 서울에도 개나리가 한창이겠지... @kona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 밀라노 중앙역 다음 역(지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7시33분 기차에 올랐다.

 

베네치아(설마, 아직까지 베니스와 베네치아가 다른 도시로 알고 있지는..?? 베네치아(venezia)는 이탈리어, 베니스(Venice)는 영어표기다) 산타루치아역(santa lucia)역까지 14.5유로, 시간은 3시간이 더 걸린다.(4시간 가까이 걸린 기억이..)

 

△ 전광판에 7시33분 베네치아행 기차가 들어온다는 표시가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 @kona

 

일요일 아침 기차라 손님은 별로 없었다. 이번엔 표를 펀칭을 하고 탔더니, 검표원이 검표를 한다. 그런데 우리표가 펀칭기에 잉크가 떨어졌는지 표시가 잘 보이지 않았다. 검표원은 이태리말로 뭐라하는데 아마도 펀칭했냐고 하는거 같아서 우리는 했다고 했으나 잘 믿으려 하지 않더니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표에다가 뭐라고 써 주고는 가버린다.

 

지루했다. 읽을 책도 한권 가져오지 않았고, mp3플레이어도 없다. 자다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를 반복하면서 어서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랬다.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유럽의 바다~

애머럴드빛 바다를 상상했던 나는 여느 바다, 우리 서해바다와 같은 색깔에 실망~  -.-

 

 

 

△ 베네치아 구글 사진[펌]. 왼쪽 이에 있는 다리로 기차와 자동차로 베네치아로 들어간다. @kona

 

 

△ 참고로 이탈리아 지도. 토리노에서 밀라노로, 다시 베네치아로.. @kona

 

그렇게 긴 다리를 지나 11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산타루치아 역 -

역을 나서자 바로 앞에 펼쳐지는 운하와 오고가는 베네치아의 대중교통 수단인 비포레토라는 수상버스들과 수상택시와 여행객들을 위한 곤돌라(이 곤돌라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뱃사공이 즉석에서 오페라도 불러준다는.. 하지만 가격이 무쟈게 비싸다 함)들이 보인다.

 

△ 산타루치아역 광장. 앞으로 운하가 흐른다. 몇초간 약간의 당황~ 기차역 앞에 배가 다니니...^^ @kona

 

카날 그란데라고 불리는 대운하는 길이 3.8km, 폭 70m, S자형으로 베네치아를 관통하는 수로다. 곳에 따라 수심 5m가 넘는 곳도 많다.  베네치아만(灣) 안쪽의 석호(潟湖:라군) 위에 흩어져 있는118개의 섬들과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섬과 섬 사이의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가 되어 독특한 시가지를 이루며, 메스테르와는 철교·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나, 철도역은 철교가 와 닿는 섬 어귀에 있고, 다리를 왕래하는 자동차도 시내에는 들어올 수 없다.

걸어 다니는 것 이외에는 바퀴 달린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베네치아는 탈 것이 없는 곳입니다. 걸어서 구경하거나 배를 타고 다녀야 하는 곳이 많습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우리의 베네치아 일정은,

산타루치아역 → 산마르코광장 → 산마르코대사원 → 두칼레궁 → 리도섬 → 탄식의 다리 → 리알토다리 → 산타마리아글로리오사교회 → 산로코학교 → 아카데미 → 구겐하임미술관 → 산타마리아델라살루테교회.

 

이렇게 엄청난 일정을 짰지만 반이나 봤나?

오늘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5~6시간 정도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역에서 우선 돌아갈 표(밀라노)를 샀다. 밤8시 50분 밀라노 도착, 밀라노에서 9시 15분차를 타고 토리노에 11시 10분 도착으로 스케쥴을 짰다.

 

이젠 바쁘다. 바로 비포레토를 탔다. 역시 여행객들을 위한 티켓을 구입했다. 12시간동안 쓸 수 있는 티켓으로 구매(16유로)했다.

 

역에서 산마르코광장까지는 약 40여분이 걸린다. 그 곳에서 다시 역으로 내려오면서 중간중간 관광을 하는 코스로 잡았다.

 

운하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는, TV에서 보는거랑 똑같다. 다만 그것을 내 두눈으로 실제로 보느냐의 차이 - 물론 이 차이가 엄청나다. 아드리아해 물살과 바람을 가르며 수백년은 더 되어 보이는 온갖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물들과 작은 물길들과 다리들이 온 정신을 빼앗았다.  운하 변으로 줄지어 있는 집들과 호텔, 상점들은 배에서 바로 내려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 베네치아를 관통하는 대운하. 그냥 저물이 도로이겠거니 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kona

 

△ 베네치아 곤돌라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저 뱃사공은 오페라 잘 부를까?^^ @kona

 

△ 곤돌라 한척이 좁은 수로로 나오고 있다. 왼쪽에 선명히 보이는 일방통해 표지판. @kona

 

△ 배에서 내리면 바로 집~ 난 배타고 집에 간다~^^ @kona

 

△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건물. 아마 무슨 유명한 건물일것이다. @kona

 

맨 위에 있는 베네치아 전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가운데로 큰운하(대운하)를 기준으로 사이사이로 작은 물길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그 물길은 일반 도로처럼 일방통행 표지판도 있고 속도제한, 들어갈 수 있는 배종류 표지판들이 이체로웠다.

 

그렇게 도착한 산마르코광장과 대종루, 대사원, 두칼레 궁-

역시 밀라노의 두오모광장처럼 비둘기 천국이다. 좀 다른점이 있다면 갈매기들이 합세하고 있다는 점과 비둘기들이 겁이 없다는 거다. 비둘기들이 날아다니면서 날개로 사람들을 툭툭치고 다니기까지 한다.

비둘기를 너무나 싫어하는 우리 허니는 이곳에 못 올것 같다. ^^

 

△ 산마르코광장의 비둘기 때. 사진으로 보니 좀 낫지만 실제론 무섭다.ㅎㅎ @kona

 

△ 산마르코광장 주변. 저런건물들에 상점들이 영업중이다. 있는 그대로를 살리는 지혜~ 멋지다. @kona

 

△ 산마르코광장에서.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두칼레궁, 뒤로 보이는 것이 산마르코대사원. @kona 

 

△ 시계탑. 아나로그가 아닌 디지탈^^ 5분단위로 시간이 바뀐다. 12시25분을 가리키고 있다. @kona

 

△ 산마르코성당 입구의 화려한 그림 @kona

 

 

△ 대종루. 말그대로 큰종이 꼭대기에 있다. 돈내면 올라갈 수 있다. 베네치아에서 제일 높은 건물 @kona

 

대사원 옥상에 올라가면 역시 베네치아 일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유명하다는 황금으로 만든 4마리의 말도 대사원 안에 있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는 사실~ 4유로를 내야한다. 난 포기. 그걸로 아이스크림 사먹었다.^^;(아이스크림은 길거리에서는1~2유로, 좀 유명한 아이스크림은 2유로 이상이다. 콘에 아이스크림 두번얹은거 기준)

 

△ 저런 곳에서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먹으면 맛있겠다. @kona

 

△ 곤돌라. 곤돌라는 이탈리아어로 ‘흔들리다’라는 뜻. 가격이 비싸 주로 유럽의 중년이상의 부부들이 탄다. 나도 늙으면 저런 여유를 좀...^^ @kona

 

그리고 우린 베니스영화제가 열린다는 리도섬으로 향했다.

지금이 영화제 기간은 아니지만 한번 보고 싶었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버스를 잘 못 타 헤매고 버스 기다리고 하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그래도 세계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에 와 봤는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탄식의 다리는 뛰어넘고 바로 리알토다리로 이동.

리알토 다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중심부에 있는 대운하에 놓인 다리로서 16세기 말에 건축되었단다. 대리석으로 된 아치 다리이며, 아치 부분의 너비는 26m, 길이는 50m 이상, 아치의 정점을 향해서 경사가 진 다리 위에는 아름답게 장식된 아케이드의 점포들이 계단상태로 줄지어 서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다리이다. 

 

△ 리알토다리. 베네치아에서 제일 유명한 다리다. @kona

 

△ 리알토다리에서 바라본 베네치아 대운하.근데 왜 자꾸 기분 더럽게 이명박의 대운하가 생각이.. @kona

 

 

베네치아의 골목들도 신기하다. 일단 베네치아엔 자동차가 없다. 아니, 골목들이 워낙 작아서 다닐 수가 없다. 그리고 미로처럼 얽혀있는듯 하지만 모든길은 산마르코광장으로 통한다. 중간중간 작은 광장들도 있다.

 

△ 대운하를 중심으로 뻗어 있는 작은 수로들. 2차선 도로?^^ @kona

 

△ 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진짜(?) 도로들도 있다. 하지만 베네치안 자동차는 없다. @kona

 

난 이곳에서 더 이상의 관광을 포기하고 한시간정도 남은 시간동안 둘러보기로 했다.

함께 간 선배는 산타마리아 글로리오사교회를 보고 오겠다고 갔다. 리알토다리 주변으론 어시장과 야채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고 저렴한 음식들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침에 먹은 계란 몇개가 오늘의 식사의 전부.. 없는 돈 쪼개서 왔으니 몇유로짜리 샌드위치로 대충 점심을 해결했다.

 

리알토다리 주변으론 많은 상점들이 있었다. 베네치아는 유리세공과 가면이 유명하다. 선물로 살것이 있나하고 둘러보았으나 그냥 아이쇼핑~^^

 

엽서를 몇장사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엽서도 써 주는 센스까지 발휘~ㅋㅋ

 

유리세공품은 우리나라 인사동에 가도 더 이쁜것이 많은듯..무엇보다도 가격이 문제였다. 환율이 웬수~!!^^

 

그렇게 정말 짧아서 너무나 아쉬웠던 베네치아 여행은 끝. 그때서야 후회를 했는데 차라리 밀라노를 짧게 보고 밤차로 베네치아로 넘어와 이곳에서의 여행을 더 길게 잡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올 수 있을진 모르지만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구경과 여행이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밀라로노 출발~

하지만, 이 기차가 무려 25분을 연착(이 나라 사람들은 기차던 자동차던 늦으면 늦는데로 앞의 차가 늦게가면 그러는데로.. 좋게 말해 여유롭다고 해야하나.. 연착이 되어도 누구하나 불펴을 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우리만 잔뜩 화가 나서...)하는 바람에 표도 끊지 못하고 토리노행 열차에 그냥 몸을 실었다.

 

이후...다행히도 표검사를 하지 않아 무사히 토리노에 도착.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자정까지는 버스가 있을줄 알았는데, 그건 우리 생각일뿐. 이 곳은 7시면 상점이 철시하는 이탈리아다. 30여분을 기다리가 결국 택시를 타고 갔다. 거리는 우리 기준으로 기본요금에서 조금 더 가는 수준인데, 이 곳 택시는 기본요금 6유로가 넘었고 타고 잠깐 달려는데 미터기 올라가기 시작, 10유로가 나왔다. 기차요금 고스란히...^^;

 모르니깐 타지 알고는 못탈 택시~

 

자정이 넘어서야 다시 도착, 마치 우리집에 온듯한 이 기분은 뭐냐~^^

씻고 마지막 남은 컵라면과 소주 한잔 먹고 주말의 긴 여행을 마무리했다.

 

물의도시 베네치아 -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TV에서만 봐왔던 곳을 실제로 보고..

베네치아의 그 풍경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대운하를 보고있자니 쓸데없이 이명박표 묻지마 대운하가 생각난다.

에이~ 퉤! 기분 잡쳤다. 어디 이런 운하와 어떻게 비교하겠냐만은 베네치아의 지리적, 역사적 특성상 수세기동안 만들어온 운하와 멀쩡한 강을 삽질로 파내서 억지로 배를 다니게 하겠지만 이명박표 대운하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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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수업들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매시간 그룹워킹에 발표에, 오늘은 숙제까지..

이번주말까지 개인 프로젝트도 준비해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한다. 아직 주제도 못 정했는데... 이 내용은 몰아서 한꺼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