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영화편력

벤자민버튼과 나의 시간 거꾸로 돌리기

경차니 2009. 2. 22. 23:57

(스포일러가 계속...^^)

 

지난 토요일 옆지기와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봤습니다.

 

런닝타임이 166분으로 3시간 가까이지만 크게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브레드피트는 여전히 멋지고 연기 잘하는 배우였고, 상대 데이지역을 맡은 케이트블랏챗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

 

배우들이 어려지고 늙어가지는 분장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벤자민은 20대로 데이지는 40대후반으로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에서의 아름다운 바디라인은 세월과 나이의 무게 앞에 군데군데 보이는 군살의 모습에서 나이들어가는 것, 세월의 흐름을 관객들에게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몸으로 태어나 '할어버지'로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했던 '어린' 벤자민이 세월이 흐를수록 계속 젊어지면서 40대가 돼서야 일반 사람들과 비슷한 몸과 정신의 연령을 가지게 됩니다. 그 임계점을 넘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태어났을 때 모습으로 늙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딸이 커가기 전에 사랑하는 데이지를 떠나야 했던, '젊은' 벤자민-.

 

"나간 세월 앞에서 미친 개 마냥 미쳐버릴수 도 있어 운명을 탓하며 욕을 퍼부울수 도 있어 하지만 결국 끝이 다가오면 가게 놔 둬야 한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명대사로 뽑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저는 또 하나, 서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벤자민과 데이지가 기억했던

 "굿나인 벤자민", "굿나잇 데이지"

도 여운이 남습니다.

 

데이지가 큰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다시는 발레를 할 수 없는 교통사고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재구성하면서 '누군가 이랬다면'하면서 택시기사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면, 택시손님이 가방을 깜빡하지 않았다면, 데이지 친구의 신발끈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그랬다면 데이지는 계속 발레를 할 수 있었고...

 

만약, 만약 이랬다면.. 살면서 어떤 결과를 두고 후회하고 통탄해 하면서 수도 없이 되뇌일 때가 있습니다.

 

오늘 옆지기와 소백산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눈이 내렸다기에, 이 겨울이 가기전 눈덮인 산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맞추어놓았던 알람은 울리지 않았고, 2~3분 차이로 버스를 놓치면서 다른 코스로 오르게 돼고 결국 시간문제로 비로봉 정상을 가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만약, 아침에 알람이 제대로 울리고 그것에 맞추어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면 우리는 소백산 정상도 밟고 아주 기분좋게 하산해서 막걸리 한잔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순간 어제 보았던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이랬다면, 이렇게 했다면...의 결과가 반드시 옳고 좋은 것일까요?

저는 오늘 알람이 울리지 않아서 소백산을 가는 다른 길과 방법들을 알았습니다.

 

벤자민은 데이지가 자신의 다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것을 알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결국 그 둘은 예전보다 더욱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선택하는 일들, 그것이 계획데로 이루어지던, 어떤 변수로 일이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그것이 살아가는 모습이지 어떤 것을 딱 집어서 옳고 그름과 잘되고 잘못되고를 판단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양희은의 '내나이 마흔살에는'이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지나고나면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고 어릴적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했던 시절, 빨리 커서 무엇이던 해 보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싶을까요?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가끔, 아주 가끔 생각해 보곤 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특히...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랬지

어린 날에...

나이 열아홉 그 봄에..

세상은 내게 두려움...

흔들릴때면 손잡아 줄 그 누군가.. 있었으면

서른이 되고 싶었지..정말

날개달고 날고 싶어..

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무섭기만 했었지...

 

가을 지나면 어느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가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정말

날개달고 날고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수가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네

우린 언제나 모든걸...

떠난뒤에야 아는걸까~

세월의 강 위로 띄워보낸

내 슬픈 사랑의 내 작은 종이배 하나...  

 

 

정말 나에게 주어진 내 삶의 시간들을 소중히, 사랑하며, 즐겁고 치열하게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