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영화편력

나에게 유일한

경차니 2008. 1. 5. 20:56

* 2004년에 본 영화입니다.

 

이탈리아 영화다.


흔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주제는 미국의 '아메리칸 파이'처럼 하이틴 물이다.
16살의 청춘남녀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랑'과 '총각딱지 떼기'이다.

여기까지는 미국의 흔한 하이틴 물과 별반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 주변 무대는 학교점거 농성이고 부모와 갈등도 유럽의 부모세대들(68세대) 1960년대 후반 서유럽을 휩쓸었던 학생 운동의 분위기이며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 세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모든 억압과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친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식들 나이에 젊음이 표출했던 저항의 에너지를 잃어버린 지 오래이며 그들이 자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안정된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연행된 아이들을 경찰서에서 빼주는 일이다.

부모세대를 그리는 방식에서 이제 그들 역시 젊은 세대들과 대화가 되지 않으며 아이들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울타리 안으로 가두려는 기성세대들의 오류를 그대로 범할 뿐이다. 반전을 외치고 반체제를 외쳤던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로부터 조롱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들 세대에 대한 통렬한 조소를 보여준다.

마치 70-80년대 학번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 세상이 확~ 변할 것 같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학교를 왜 점거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학생들의 주장은 너무 추상적이다.
학교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점거하고 말고 하는 것이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유럽과 우리나라는 무척이나 다를 것이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은 의미가 모호한 슬로건을 내걸고 자신들의 사상에 대한 배경도 공허하고 모호할 뿐이다.

실비오는 '피델(카스트로), 그람시, 체 게바라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그건 바로 남들이 하지 않은 말을 했다는 거야'라며 학교점거농성에 앞선 총회에서 신중한 의견을 피력하자 '사민주의자'로 낙인 찍힌다.

사민주의자?
사민주의가 무엇이길래 그들은 실비오를 사민주의자라고 이야기한 것일까?
아마 큰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그 시대 유행하는 말들을 비난과 비판을 위해 내 뱉었을 뿐일 것이다.

체게바라 티셔츠와 깃발이 나부끼고......
이것 역시 여기에 의미를 담기보다는 하나의 아이콘일 것이다.
그냥 스타일로 소비할 뿐이다.

이것은 영화의 뒷면이고 중요 내용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실비오는 그를 짝사랑했던 클라우디와 '총각딱지'를 떼며, 그 과정에서 학교점거와 그들이 외쳤던 '학교 사유화와 획일적 교육'과 '진부한 일상에 저항하는 방법은 불복종'은 한낫 휴지조각으로 날라가 버린다.

이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
혁명을 외치고 학교의 사유화와 획일적 교육을 반대하고 일상에 저항은 '사랑'과 '섹스'에 한순간에 날라가 버리는 이 시대 그들의 하나의 유행이며 모조품인 것이다.

마치 우리 대학생들이 '데모'와 '총장실 점거'와 '사랑'이 한번쯤 참여해 보았던...
그래서 훗날 나이 먹어 추억거리로, 술안주거리가 되어 버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요는 함 볼만한 영화다라는 거다.
유명한 영화처럼 전국적으로 상영하는 영화는 아니다. -.-
오직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 '나다'에서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