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지도자의 3가지 조건(군주론)-나의친구 마키아벨리

경차니 2011. 9. 13. 14:27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 르네상스 저작집 7 
시오노 나나미 저 | 한길사 | 2002년 06월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 꼭 책이 두꺼워서는 아닌데 올 초에 구입한 책인데 이제서야... 틈틈이 졸면서(?) 겨우겨우..^^


배경은 옛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피렌체공화국.

군주론으로 유명하고 누구나 이름은 한번쯤 들어봣을법한, 하지만 군주론을 읽어 봤다라던가 마키아벨리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아는 사람은... 만나본적이 없다.


몇년전 기회가 있어 이탈리아에 갔다가 하루 일정으로 들른 피렌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왔던 두오모성당과 우피치 미술관을

봤지만 마키아벨리는 글쎄다...


<이탈리아의 마지막은 피렌체에서 보내다>


당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 - 피렌체공화국, 베네치아공화국, 네노바공화국, 시에나공화국, 밀라노공국, 나폴리왕국 그리고

로마을 중심으로 한 교황령으로 이뤄진 이탈리아반도. 그 나라들간의 전쟁과 협정들 속에 결국 피렌체공화국은 마키아벨리의 생애와 함께 그 막을 내린다.


그 유명한 매디치가가 지배했던 피렌체. 마키아벨리는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공무원이 되어 외교활동을 펼쳤고 43세의 나이에 쫓겨나

글을 쓰면서 조국의 부흥을 꿈꾸며 군주론을 써 내려갔다.


르네상스시대 예술의 찬란한 꽃을 피운 곳이지만 작은 소국에 불과한 피렌체가 교황과 베네치아,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강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번성하기 위해 몇가지 되지 않은 선택지에서 얼마나 강단있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런 지도자의 필요성과 

리더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쓰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임시방편으로 눈압의 위기만을 모면하려는 피렌체공화국 지도자들의 우유부단하고

강단하지 못한 태도에 그는 '군주론'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군주론이라는 피도눈물도 없는 듯한 글을 썼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다양한 마키아벨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공무원에 쫓겨난 후 다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유력자들에게 자신의 저서를 바치고, 외국에 대사로 나가 있는 친구에게 취직 알선을

간청하는 모습에서 군주론을 집필한 위대한 사상가의 통념과는 거리가 먼 우리들 속물에 더 가까운 인간적인(?) 마키아벨리의 모습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본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지도자의 3가지 조건 - 비루투(Virtu,재능/역량), 포르투나(Fortuna,행운) 그리고 네세시타(Necessita, 시대의 요구에 필요한 것).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재능과 역량을 키우고 약간의 행운이 필요한...

 


그리고 이 책 끝에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가 있다.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이야기의 저자. 다들 잘 아시죠?^^)

이 짧은 인터뷰 글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960년대 일본학생운동 시절, 안보법이 통과되고 총리관저와 국회 주위를 메운 시위군중이 "이겼다, 이겼다"하고 일대 합창을 하면서 

연좌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뭐가 이겼다는 거야? 하고 나는 생각했지요. 우리가 분쇄를 외치고 있던 일미안보조약은 고 동안에 이미 국회를 자연통과했는데

총리를 관저에 가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룻밤을 밖에 나오지 못하게 한 것만으로 이겼다, 이겼다 하고 외칠 수 있는가?

이건 거짓말이다. 졌는데도 이겼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위선 이외에 아무석도 아니다 하고 생각했지요"


"우리는 그들(정부, 자위대)의 도발에 끌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 이상의 희생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자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의 것이었어요. 국회 돌입이나 총리관저 돌입을 '자중'하는 것이 '선행'이라면, 그건 나도 알 수 있어요. 

수단으로서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인까, 하지만 목적완수에 실패했는데도 어째서 이겼다, 이겼다 하고 외칠 수 있는가, 이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증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