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영화편력

'아는여자'와 '웰컴투 동막골'

경차니 2008. 1. 5. 21:24

* 2005년 8월에 쓴 글입니다.

 

장진감독...
박찬욱, 김기덕 감독과 함께 매니아층도 두텁고 좀 독특한(?)영화세계를 가진 감독 쯤으로 알고 있었다.

난 사실 '독특한'감독과 영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영화'라 함은 편안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편안함'이란 것이 무엇이라고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하여튼 편안해야 한다!! ^^;

얼마전에 봤던 '친절한 금자씨'는 사실 보는 내내 불편했다. 지난 '올드보이'도 그렇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해야하고 무엇인가 깨달아야(?)한다는 관념에 휩싸이기도 한다.(웃긴다...ㅋㅋㅋ -.-)
하물며 김기덕 감독이야 말해 무엇하랴~

근데 난 장진감독의 영화를 거의 빠짐없이 봐왔던 것이다.
'킬러들의 수다', '간첩 리철진'을 포함해 어제 그제 본 '아는여자'와 '웰컴투 동막골'까지...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영화를 보다니....한심하다..

'웰컴투 동막골'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대부분(내생각이지만...) 멧돼지에게 쫓기고 멧돼지를 잡는 장면을 꼽고 싶다.

마치 만화영화같고 한편의 이쁜 동화같은 느낌.....거기에 흐르는 좀 익숙하진 않지만 유명한 음악감독(히사이시 조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음악감독)의 음악들...

그 잡은 멧돼지를 인민군과 국군, 미군이 사이좋게 먹는 장면...
역시 사람들간에 관계를 트는건 같이 먹는게 최고다!!

전쟁이 일어난지도 모르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마을에 남과북, 미군까지 가세해 마을로 들어와 그 속에 동화되어 가는 내용...
'동막골'이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사회인지는 잘 알수 없지만 공동으로 일하고 공동으로 수확해 보관하고 나누어 먹는 것...

미군의 양민을 상대로 한 폭격 등...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영화에서 이젠 이런 내용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영화 등 문화예술의 힘이라는 것- 그것을 표현했다는 것에 놀랍고 기뻤다.

동막골에 비하면 '아는여자'는 그냥... 그런저런(?)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보고 '장진'이라는 감독에 많은 호감을 가졌다.
그저그런 코믹멜로물이 아닌 그 감독 특유의 독특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참 재미있게 봤다.
그냥 흔한 코믹멜로물일 수도 있지만 기억력이 변변치 않은 나에게 대사와 장면들을 오랜동안 기억하게 해 준 영화다.

전봇대를 타고 사랑이 온다는 내용의 <혈통 없는 전봇대>라는 영화를 보는 주인공들... "영화는 전봇대에 관한 영화다..."라는 정재영(극중 동치성)의 목소리가 영화 해설자처럼 영화를 얘기해 주기 시작한다. 결국 말미에 "정말 말도 않되는 영화다"라며 그 특유의 모시기냐....하여튼 그런류의 영화를 봤다면 누군가는 그런 목소리로, 그런 톤으로, 그런 말을 할것 같다.

극중 야구선수인 정재영에게 야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이나영(극중 이연)이 물어본다. " 수비가 땅볼을 잡아서 관중석으로 던져버리면 어떻게 돼요?"라는 물음에 정재영은 "그러면 안되는데.. 근데 왜 거기다 던저요?"라면서 당혹스러워하며 절대로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정재영은 투수로 나간 경기에서 완봉승을 눈앞에 둔 9회 투아웃에 땅볼로 날아온 공을 잡아 관중석으로 던져 버린다.

관중도 벙지고, 상대편도, 우리편도 모두 멍~한 표정으로 정재영을 주시한다. 그리곤 감독에게 말한다.
"진짜로 궁금했어요 땅볼잡아서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라고 말한다.
아무나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는 행동...
하지만 주인공들은 생각하고 그것을 말도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던 사람은 행동으로 옮긴다.

이외에 많은 장면과 대사들이 생각난다.
정재영이 투수시절 고의로 데드볼을 던진다.
그 이유가 정재영의 여자친구가 그 타자의 팬이어서 였단다.
그 데드볼 맞았던 타자... 이렇게 말한다.
"멋지지 않냐 우린 아웃카운터 잡을려고 볼을 던지는데 동치성을 사랑때문에 볼을 던지잖아"

멋지다!!
*^^*


*daylight의 '아는여자'(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