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이야기

광우병 쇠고기와 강남

경차니 2008. 5. 29. 12:01

오전5시..

이제 정말 낮길이가 많이 길어졌다. 날이 훤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더니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깨다자다,깨다자다를 반복하다 5시 10분에 일어났다. 

 

7시까지 강남역까지 가야한다. 내가 사는 곳은 고양시.. 대각선 끝에서 끝..

 

이유는, 오늘 출근시간에 광화문역, 영등포역, 사당역, 강남역 등지에서 광우병 쇠고기 관련 선전전을 진행하기로 해서였다.

 

참고로 나는 민주노총에서 상근을 하고 있다.

학생때도 그렇고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는 거야 대학생부터 많이 해 오던 일이라

크게 각오(?)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강남'이었다. 나의 선입견일까?

강남역 1번출구 앞.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 곳, 다른 광고 전단지를 돌리는 몇몇의 아주머니들,

별의별 무료신문 가판대로 어수선한 출구였다.

 

자리를 잡고~

"광우병 쇠고기수입반대", "안녕하세요? 한번 읽어보세요"를 외치며 첫 스타트~

하지만, 바로 외면. 짧은 시간, 바로 다음 사람, 역시나 외면..

 

이럴땐 한템포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체득한 나는 잠깐 쉬었다가 다시 시작..

그러나 계속되는 외면.. '사막의 바늘'처럼 10여명의 외면뒤에 드디어 선전물을 받아가는 시민과의 조우~

 

보통 그렇게 한명이 받아가면 그 다음 사람부터는 줄줄이 받아가는 것이 나의 '체득'이었다.

하지만 이곳, 강남역은 달랐다. 그 한사람으로 끝.

 

9시까지 1시간30분동안 선전물을 나눠 주었지만 8명이 연속으로 받아가는 것이 최고 기록, 20여명이 연달아 받지 않는 것이 최소기록..

 

물론 그 중엔 기분좋게 받아가는 사람, 먼저 달라는 사람, "저도 반대해요!"라는 멘트까지 날려주는 센스~를 가진 분도 있었다.

 

순간 '강남이라 그런가?'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류들의 사람들과 아침부터 지친 표정의 한손엔 무료신문 한부와 다른 한손엔 빵과 우유를 들고 바삐 걸어가는 셀러리맨과 등치시킬 순 없지만 그런 생각을 지울수는 없었다.

 

다른 광고전단지처럼 취급하는 것일까? 그렇게 믿고 싶다. 아침도 먹지 못한 '얼리버드' 셀러리맨들의 힘든 출근길에 무엇이 관심있겠는가? 그렇게 믿겠다.

 

선전전을 마치고 들어와 다른 역의 상황을 들어보니 다른 역은 비교적 괜찮았던 모양이다.

우리의 선전전에 대한 준비부족도 있을 수 있겠으나 아침부터 기분이 좀 꿀꿀하다.

 

사무실에 들어와 보니 쇠고기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뉴스가 떴다.

완전 한번 해보자는 거 아닌가?

국민이 이기나 대통령이 이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