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 세상

설악산 산행기 - 3 (2004년 9월)

경차니 2008. 2. 1. 16:56
6시 30분....
그나마 평평해 보이는 바위에 은박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깔았다.

△만경대에서 바라본 오세암 ⓒ


△만경대에서 바라본 구름에 걸린 대청봉 ⓒ


노을이 점점 깊어진다.
주위엔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 바람에 우는 나무소리 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실로 얼마만에 느끼는 고요인가? 귀가 너무 좋아했을 듯....^o^

만경대에서 바라본 주위 경관은 정말 죽음이었다.
대청봉과 중청, 소청이 보이고 오세암이 아득히 보이고 사진으로만 보던
용하장성하며... 말로 일일이 형용하기가 어렵다.

7시 40분...
이제 거의 해가 넘어간다.
노을의 노을빛과 아직도 선명한 파란 하늘... 초승달까지 보인다.

8시...
잠자리에 들었다.
평평한 곳을 찾는다고 찾았지만 역시 바위인지라 불편했다.

새벽 1시..
문득 잠에서 깨었다.
몸은 바위에서 죽죽~ 밀려 반이나 내려와 있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한길 낭떠러지....
휴~ 한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 보았다.
잠이 확~ 달아났다.
별들이....별들이....
소설책에서나 읽던 '별이 쏟아진다'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10년전,,,, 오대산에서 보던 은하수와 지리산 장터목산장에서 보던 별 이후에
첨으로 보는 산속에서의 별이었다.
나도 모르게 담배를....(국립공원은 지정된 장소 이외의 모든 장소에서 취사행위와 흡연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난생 처음... 별똥별을 보았다. 정말 처음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이었다.
미쳐 소원도 못 빌었다..흑흑흑...
이 때의 감동을 평생 가져가고 싶었다.

21일 새벽 5시 30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이미 주위는 밝아지고 있었다.
멀리 대청봉 뒤로 해가 떠오른다.
어제 일몰보다 더욱 장관이었다.
사실 난 저녁노을과 아침노을을 분간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제 오늘 사이로 그 색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6시 20분...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들고 출발~
허나...길을 잘 못들고 말았다.
오세암에서 봉정암 가는길과 마등령 가는 두갈래 길이 있는데
사람들 따라 가다가 그만....
중간에 고민을 했으나 원래 계획데로 움직이자~!!

△아침노을. 색깔이 너무 장관이지 않습니까? ⓒ


7시 20분...
다시 오세암, 원점에서 출발!!

8시 30분
마등령에 도착...
마등령은 쓰레기장이었다.
텐트를 친 자국이 선명하고 각종 쓰레기들이...
너무한다라는 생각..이런 사람들이 산은 왜 오는거야!!

△마두령에서 바라본 동해와 속초시내 ⓒ


이제 시작이다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곳에 '경고문'이 서 있다.
이 등산로는 등반사고가 빈번한 곳이니 조심하라는...

마등령에서 바라본 풍광은 멀리 동해가 보이고 속초 시내가 보이고
설악산의 힘찬 산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잠시뒤....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장 5시간의 걸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공룡능선을 탔다.
'힘들었다'라는 네글자로는 도저히 표현이 되지 않는다.

나도 산을 탄다면 조금 탄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몇번이나 들어 누었는지 모른다.
배낭도 가볍게 할 겸 점심식사꺼리를 제외한 왠만한 식량은 다 헤치운 뒤였다.
오직 물과 사탕으로 버텼다.
한 3분 오르고 5분 쉬고...그렇게 하기를 몇번.... 1275봉과 신선봉을 지나
드디어 12시 50분...

희운각 산장에 도착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여기 희운각 산장에 들려 대청봉까지 갔다 오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계획인지를 깨달았다.
희운각에서 대청봉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시간상으로도 3시간정도면
왕복이 가능한 거리...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몸이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희운각 산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1시 45분 다시 출발...

천불동계곡을 거쳐 비선대,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하산코스를 잡았다.

△천불동계곡. 쉬엄쉬엄 등산한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 ⓒ


천불동계곡....
과연 명승지였다.

덕유산의 구천동계곡과 지리산의 뱀사골을 가 보았으나 이 천불동계곡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다.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었다.
그렇게 쉬엄쉬엄 계곡물에 세수도 하고 발도 담그면서 내려왔다.

4시10분...
비선대에 도착했다.
비선대야 뽀족구두를 신고도 올라오는 곳이다.

살았다~
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 곳에서 버스정류장까지 3km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인간 한계에 도전!!
정말 죽기 살기로 걸어 정류장에 도착...

속초시내로 나갔다.
바다도 보았다.

6시...
동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이렇게 1박2일간의 설악산 산행이 끝을 맺었다.

사실 설악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에 가니 어머니께서는 대청봉도 못갈꺼 설악산엔 왜 갔냐며 '공룡능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시었다.
흑흑흑...

누군가 우리나라에서 중독성이 가장 강한 산이 설악산이라 했다.
정말이다.

담엔 대청봉에 오르리라...
설악산 초행에 공룡능선을 코스로 잡은 나를 탓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