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덕유산 구천동계곡, 그 찌릿함을 잊을 수 없다!

경차니 2010. 8. 10. 09:50

2010년 8월 9일 새벽5시, 이른 아침부터 더운 기운이 스물스물 기지개를 킨다.

연우가 세상에 나온지 한달여가 되어가지만 간난아기는 간난아기일 뿐 -

잠투정에 이유없이 우는 경우가 잦아진다.

 

아내 역시 힘들어하고, 나도 힘들고...

결국 나는 처자식을 버리고(?) 혼자만의 산행을 강행한다.

(허락해준 아내에게 감사~^^)

나의 휴가 첫날을 이렇게 덕유산 산행으로 시작했다.

 

약 250km가 넘는 거리였지만 생각보다 빨리 갈 수 있었다.

차도 전혀 막히지 않았고 쉬엄쉬엄 휴게소도 들리며 갔는데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침 9시가 되기 전 도착한 곳은 삼공지구 -

동계곡을 거쳐 백련사를 통해 향적봉에 이르는 코스로 잡았다. 차를 가져 왔기 때문에 원점회기코스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5~6년 전에 친구들과 역시 8월에 같은 코스로 올라가 설천봉에서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스키장 코스를 걸어서 내려오던 기억과 힘들게 올라간 1,614m의 향적봉에 쪼리를 신고 핫팬츠에 선그라를 킨 어느 여인네가 애완견까지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구천동계곡은 역시 최고였다. 운이 좋았는지 전날 많은 비가 내려 수량 또한 풍부해 각곡 이름있는 폭포들이 그 이름값을 하기에 충분한 풍광을 보여주었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향적봉까지 이르는 이 코스는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덕유산 등산의 기본코스라 할 수 있다. 백련사까지 약 5.6km에 이르는 계곡길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물론 내려올 땐 거의 모든 길이아스팔트라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작년에 옛길을 만들어 계곡 바로옆으로 산길을 따라 오를 수 있는 길이 일부 생겼다는 것이다)

 

거리는좀 있지만 쉬엄쉬엄 산책하며 오르다가 돗자리 하나 깔고 수박 한입 먹으면서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이야기도 하고 잠도 자고 하면 그야말고 '지상낙원'이겠다 싶었다.

 

백련사부터 향적봉까지 거리는 불과 2.5km밖에 안되지만 백련사가 해발900m정도이고 향적봉이 해발 1,614m이니 굳이 계산을 하지 않아도 머리속에 '삼각형'을 그려보면 그 경사가 어떨 것인지 그려질 것이다.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5~6년 전에 올랐던 기억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처음 올라보는 양 1시간30분을 거의 기어서 올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향적봉은 너른 덕유평전이 펼쳐지고 역시나 샌들에 선글라스를 쓴 여인네들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 연출되었다. 이 향적봉에선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며 가야산, 계룡산 등이 보인다(고 한다.)  향적봉에서 잠시 쉬다가 중봉을 가 감자와 계란으로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다시 백련사로 하산.

 

하산하는 길에 계곡에서 온몸을 담그며 땀을 식혔다. 물이 정말 차가웠다.

 

역시나 백련사부터 주차장까지의 긴 거리는 걸을면 걸을수록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아침 9시부터 시작한 산행은 오후4시에 주차장에 도착하며 끝을 맺었다.

 

덕유산도 종주코스가 있는데 1박2일로 잡고 남덕유에서 능선을 따라 등산하는 코스라고 한다. 지리산 종주와 설악한 공룡능선을 타본적은 있지만 덕유산 종주코스는 말만 들었었는데, 오늘 그 능선길을 보니 여름에도 좋고 눈쌓인 겨울에도 무척 좋을 듯 싶다.

 

다음에 꼭 종주를 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