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경차니 2009. 2. 10. 01:17

참... 길었던 하루였습니다. 착잡하고 한숨이 계속 나오는 하루였습니다.

 

지도부 총사퇴.

 

이번 '민주노총 성폭력 파문'과 관련해서 결국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이석행 위원장님의 3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이석행 위원장님은 재판이 끝난 후 나가면서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 남아 있는 동지들은 열심히 일 해달라'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습니다.

 

순간 짠~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것은 결코 억울해서가 아니라 지도부로서, 80만 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을 책임지는 권한이 있었던 만큼 그것을 책임져야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고뇌와 결단을 읽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몇년전 당시 금품수수 혐의로 역시 지도부 총사퇴가 있었습니다. 그 때 이석행 위원장은 사무총장으로 그 책임을 지도부들과 함께 지고 물러났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고 또 다시 사퇴를 해야하는 심정이야 어떻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몇 년을 같이 동고동락했던 부위원장들과 사무총장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이 흘러갔습니다.

 

하루종일 사무실은 기자회견과 중앙집행위원회, 수많은 기자들로 북적였고 정신없었습니다.

심란한 마음에 2년여를 끊었던 담배에 다시 손을 댔습니다.

 

조직적 은폐니 축소니 하는 말들이 나왔지만 '민주노총'의 성원으로서 그런 일은 없을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무리 '성폭력'이라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지만 그 처리과정의 미숙함과 잘못을 있을 지언정 그것을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했을리는 없을것이라 믿습니다.

 

오후에 소주 한잔이 생각났지만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오늘 용산참사와 관련해서 검찰의 '경찰 감싸기', '조직적 은폐' 발표가 있어 촛불집회가 있었지만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대보름이기도 하고 몇일 전 오곡밥과 나물을 싸가라 전화를 주셨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해 안부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목소리에서 느끼셨는지 제 목소리에 힘이 없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후 다시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의 목소리에 걱정이 되어서 다시 전화 했다며 너의 잘못은 아니니 힘내라고, 그래도 민주노총이 있어서 정치권을 견제하고 이 사회가 건강히 나갈 수 있다며 저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면서 울음이 터졌습니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울고 말았습니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답답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믿어주시는, 민주노총을 믿어주시는 어머니께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에서 였습니다.

 

장모님도 저에게는 직접 못하고 저으 반쪽에게 전화를 해서 뉴스를 보고 많이 걱정된다며 잘 해주라고 하셨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과 충고를 해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결코 이 사건과 관련해서 변명을 하거나 축소하거나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잘못한 부분은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질책과 비판으로 민주노총은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국민들과 대중들과 조합원들과 만나고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주장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해 나가고 잘못된 부분들은 과감히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는 조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

긴 하루였지만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다시 힘차게 도약하고 따뜻한 햇살처럼 국민들과 대중에게 힘이되고 희망이 되는 민주노총이 될 것입니다.